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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윤혜준 연세대 교수 "韓 90% 도시 거주 전망…'어떤 도시' 만들지 고민해야"

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4.20 16:23 ㅣ 수정 : 2023.04.20 16:23

'7개 코드로 읽는 이탈리아의 도시들 : 그리고 한국의 도시' 주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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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생산성본부(KPC)가 개최한 '2023 CEO북클럽'에서 주제강연을 진행 중인 윤혜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사진=한국생산성본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향후 대한민국의 인구 90% 이상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같이 할 시기가 됐다"

 

윤혜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20일 한국생산성본부(KPC)가 개최한 '2023 CEO북클럽'에서 강연자로 나서 '7개 코드로 읽는 이탈리아의 도시들 : 그리고 한국의 도시'를 주제로 강의하며 이 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20년이 넘는 기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직접 방문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저서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에 담아 출간했다. 해당 도서는 돌이나 물, 불, 꿈 등 7개의 키워드를 통해 7개 도시의 역사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7개 도시 중 일부를 소개하고, 그 내용에 빗대어 한국의 도시 환경을 바라봤다. 

 

■ '도시=권리' 개념 담겨…단순 공학적 접근 말아야

 

윤 교수는 강의의 서론으로 도시의 유래를 먼저 제시했다.

 

도시의 영어 단어 'City'는 고전 라틴어 '키비스(Civis)'에 어원을 갖는다. 이는 공간에 거주한다는 의미가 아닌 '권리'의 개념이었다. 이에 로마 시민이지만 도시에 안사는 '키비스'도 많았다.

 

윤 교수는 "도시가 권리의 주체들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단순한 하나의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시민이라는 말도 용례를 보면 민주화 시대 이후 서구적인 의미에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화가 덜 돼 있던 지역들이 아주 급속하게 도시화되고 있다"며 "다만 도시라는 문화는 서구 지역에서 예로부터 쭉 정착돼 있던 것인데, 이를 우리가 적용할 때 도시의 형태는 갖추고 있지만 도시의 문화는 없는 지역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도시를 단순히 공학적으로만 생각해서는 놓치는 부분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서구적 도시'의 전통적 의미가 가장 잘 남아있는 곳으로 이탈리아를 꼽았다. 이탈리아는 로마 멸망 후 통일 전까지 별개의 국가였던 만큼, 각 국가별로 독특한 주권 의식이 있었고 하나의 문화들이 배어 있었다. 이러한 점들이 오늘날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는 건축물 등 여러 문화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성을 생각한다면 이탈리아의 대표 도시 국가들을 거론하게 된다"며 "베네치아나 제노바, 피렌체, 피사, 시에나, 페루지아, 나폴리 등 정말 다양한 도시들이 별개의 국가들로 있었고, 각자 격렬한 경쟁을 거쳐온 역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 '정치·경제·기술' 융화된 베네치아…'종교적 단합력' 큰 역할

 

윤 교수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중 처음으로 현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 공화국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했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이탈리아 북부의 상당한 영토를 갖고 있던 국가로, 천 년 이상 공화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지중해에 인접했던 특성으로 강력한 해군력을 통해 무역을 하면서 국익을 챙겼던 국가로, 당시 동방 무역을 독점해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베네치아는 뛰어난 기술력 등 국가로써 훌륭한 역량을 보유했는데, 이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있어 종교를 통한 단합력이 큰 역할을 했다.

 

윤 교수는 "산마르코 대성당이 있는 베네치아의 큰 특징은 종교적 경건함"이라고 평가했다.

 

베네치아는 '베네치아 도제(Doxe de Venexia)'라는 최고 지도자 형태로 정치를 운영했다. 도제는 엄격한 견제 기구들을 통해 선출됐으며 한 번 선출되면 계속 임기를 이어가는 종신직이었다.

 

윤 교수는 "도제 선출 과정에는 상당히 복잡한 견제 기구들이 얽혀 있어 상호 감시를 하기도 하고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며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엄선된 선거인단이 총 10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도제를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선거 과정에서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면 우리나라로 치면 공수처에 해당되는 기관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강력한 징벌을 내리는 체제를 갖고 있었다"며 "이처럼 엄격한 견제 기구를 갖고 있었기에 천 년동안 자신들의 주권을 지켜낼 수 있었으며, 열악한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넓은 지역의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도제 선출 등 정치에는 주로 귀족들이 참여했다면, 경제 활동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시민들은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베네치아 공화국의 사회 복지에도 일조해 동신회인 '스콜라 그란데(Scuola Grande)'를 결성하고 여러 선한 활동을 펼쳤다.

 

윤 교수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사례를 보며 '도시란 무엇인가'라고 생각할 때,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하나의 키비스로 주체의식이 있고 소속감이 있고 책임감과 애정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 끝 없는 경쟁 거친 피렌체…정치적 변화 거친 '길드 공화국'

 

윤 교수는 베네치아 공화국에 이어서 현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피렌체 공화국을 언급했다.

 

피렌체 공화국은 베네치아와 달리 내륙 도시로 해상 무역을 할 수 없는 제약이 있었다. 또 국가를 지나는 아르노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강력한 견제 국가인 피사 공화국을 만나게 됐다. 피렌체는 피사와 서로 끝없이 싸움을 거듭하다 결국 베네치아와 동맹을 맺은 뒤 피사와 리보르노를 탈환하면서 토스카나 지방의 패자가 됐다.

 

윤 교수는 "피렌체는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며 "피렌체 사람인 단테 알리기에리가 어려번 본인의 작품에서 관련된 얘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피렌체에는 당시 좁은 공간에도 높은 탑이 세워져 있는 도시적 특성이 있었다.

 

윤 교수는 "좁은 공간에서 각 가문들이 서로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동시에 전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방어의 목적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피렌치의 귀족들은 베네치아에 비해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잦은 전투와 당파 싸움을 일으켰다. 이에 중산층과 소시민을 중심으로 한 정치 혁명도 자주 일어났으며, 추후에는 상업 집단인 길드의 멤버가 길드의 추천을 받아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윤 교수는 "한 길드에서만 하면 안되니 여러 길드들이 골고루 정치에 참여하는 일종의 '길드 공화국'이었다"며 "오늘날 피렌체하면 천재들이나 예술가들의 도시로만 생각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길드들이 중심에 있었다"고 말했다.

 

■ '개발 공간' 인식 덮인 뉴욕…"숫자가 인간적 체험 지워"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언급한 뒤에는 미국의 뉴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윤 교수는 "뉴욕은 고층 건물이 즐비한 오늘날과 달리 19세기만 해도 유럽 도시의 색채가 강했다"며 "19세기 중반 맨해튼에서 가장 큰 건물은 교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순전히 지상적인 것만 추구하는지 혹은 내세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처럼 정신과 영혼의 영역이 얼마나 존중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가 '어떤 건물이 가장 큰 건물이냐'라고 하는 기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시 뉴욕 사람들은 교회를 바라보며 내세에 대해 생각하고, 그 사람들의 뿌리가 유럽 사람이니 고대 양식으로 지어야한다는 생각 등이 영향을 줘 당시 가장 높은 건물이 교회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19세기 말부터는 뉴욕이 엄청난 팽창을 거듭하는 특이한 선례로 거듭나게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교수는 뉴욕의 사각형적인 팽창이 위험한 선례라고 주장했다. 뉴욕의 거리들에는 유럽과 달리 별도의 이름이 없이 숫자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뉴욕의 대표적인 거리가 5번가로 번역되는 '피프스 애비뉴(Fifth Avenue)'인 것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윤 교수는 "이름 없이 숫자로만 구획된 길들은 역사가 지워지고 인간적인 체험의 여지가 상당히 봉쇄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도시를 단순히 하나의 공간 개발로만 인식하는 모델을 뉴욕이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 건물에 대한 경외심도 많이 사라지게 됐으며,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높아지고 과거의 흔적들은 남아 있지 않게 됐다"며 "유럽이 뉴욕과 다른 점은 과거 유산에 대한 경외심 등을 중요시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 '계량화냐 기억이냐'…한옥 속 세계 담은 익선동 참조해야 

 

이탈리아와 미국의 사례를 든 윤 교수는 한국 도시에 대한 주제로 이어갔다.

 

윤 교수는 "한국이 급격히 도시화가 되는 가운데, 어떤 도시를 지향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시 거론해야 한다"며 "유럽을 지향할 것이냐, 미국을 지향할 것이냐는 우리뿐만 아니라 급속히 도시화가 될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다 같이 제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숫자나 양(量)의 도시처럼 계량화 측면에서 보면 넓고 높고 큰 것이 좋은 것"이라며 "혹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우리가 기억하는 것을 지키는 역사가 담긴 도시로 가게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 지역은 조선시대 한양이던 시절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 평지에 청계천이 흐르는 공간을 중심으로 왕이 살던 궁이 주로 자리해 있다. 종로의 상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대체로 사농공상 이념에 따라 신분적 차별을 겪던 인구였다.

 

윤 교수는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궁들이 많은 덕분에 지금 관광자원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구도심의 모습 일부가 그나마 보존돼 있다는 점은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도권이 점점 확장돼 제물포까지 연결되고 한양이 해상 무역하고 연결되기 시작하며 서구 선교사들을 비롯해 다양한 변화가 이뤄졌다"며 "한양이 동서에서 남북으로 확장하게 되는 획기적인 역사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의 확장 과정에서 아파트 등 미국식 도시 확장이 많이 일어나게 됐고, 상당수의 지역이 예전의 모습을 잃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윤 교수는 한옥의 형태가 보존된 익선동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익선동은 과거의 모습을 보존했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내용물을 집어 넣은 사례"라며 "한국적인 것을 지키면서 변화하는 세계를 품고 있는 이런 모델들이 실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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